꽃잎 아기를 기다리며
국화꽃 향기
벼랑
바다
첫키스
결빙의 시간들
은빛 겨울 속의 한여름
은사시나무, 사랑, 가을
프로포즈
바다가 들어오는 방
세월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것들
선택
폐교
태아
흐르는 강물
절망이 슬픔에 닿기까지
주문
그들만의 가을
주단 인형
은행나무 아래서의 댄싱
전투
오리온자리
여심
겨울이 낳은 봄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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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독자를 감동시킨, 전설의 그 책!
한류 열풍의 원조, 중국 전체 베스트셀러 1위 18개월간 지속!
합본으로 다시 탄생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슬픈 사랑은 없다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초록비 같은 소설!
순간으로 다가와 영원으로 향한 사랑의 이야기
밤하늘에 폭죽처럼 쏘아올린 순결한 사랑의 불꽃놀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전설의 서정소설!
말기암 선고를 받은 한 여자와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그리고 있는 사랑 이야기. 여자는 암환자의 몸으로 아이를 갖고 기꺼이 아이를 선택한다. 작가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아낌없는 사랑 이야기!
잊을 수 없는 그녀의 향기, ‘국화꽃 향기’의 기억은 영원하다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남자, 승우
서글서글한 눈, 헌칠한 키, 수려한 이목구비,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누구라도 호감을 갖게 만드는 매력적인 남자 승우, 그는 5월의 어느 날 등굣길 지하철 안에서 은은하고도 담백한 국화꽃 향기를 가진 여자를 만난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 나무처럼 승우는 미주에게 온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그리고 생을 다해도 돌이킬 수 없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 시작되는데……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열정을 가슴에 품은 여자, 미주
승우보다 세 살이나 많은 미주는 외모 따위에는 결코 신경 쓰지 않는 털털한 스타일의 소유자로, 마치 야생 국화를 연상시킨다. 졸업과 함께 사회로 나간 뒤에도 사랑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승우는 미주와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을 고백한다. 오랜 세월 둘은 무의식중에 서로를 갈망해왔던 것일까? 승우와 미주는 서로를 뜨겁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기쁨을 나눌 여유도 없이, 행복의 절정에서 하늘이 그들을 시샘한 걸까?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선물 받은 미주는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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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언제나 여기 있겠습니다. 저기 커다란 소나무처럼요.”
미주는 말없이 돌아섰다. 가슴속으로 성급한 가을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무슨 뜻이지? 언제나…… 여기 있겠다고? 소나무처럼……? 아니 그 말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내게는 그저 바다의 느낌으로 남을 뿐이야.
일행이 묵고 있는 텐트 쪽을 향해 걷던 미주는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승우는 백사장에 붙박인 나무처럼 저만치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미주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승우가 지닌 마음의 깊이와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나는 당신을 은혜하고 고와하며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쉼 없이 눈물이 흐릅니다. 국화꽃 향기가 나는 사람이여, 내 마음을 받아 주십시오. 나와 결혼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향기로 이미 눈 멀고 귀 멀어 버렸습니다. 당신이 내게 지상에 살아 있는 유일한 한 사람의 여자가 된 지 이미 8년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주는 무심함이 내게는 참기 힘든 가혹함이었지만 난 얼마든지 견딜 수 있습니다. 10년을 채우고 20년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급하게 내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것은 내가 미력하나마 당신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 열리는 마음의 보석 상자.
승우는 그 상자를 미주에게 처음 열어 주고 싶었다. 그것이 이루어질지 못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어도, 그녀만이 열 수 있는 마음의 보석 상자를 가졌다는 건 눈부신 일이다. 육체의 미로를 통해 완전한 사랑을 찾아가는 길. 상자에서나 램프나 촛불이 나올 것이다. 세상의 멀고 어두운 길을 걸어갈 때 환히 비춰 줄 수 있는 꺼지지 않는 등불 말이다.
미주는 승우의 눈과 희고 빛나는 얼굴, 약간 젖은 머리카락을 눈에 천천히 담은 뒤 살포시 눈을 감았다. 열 손가락을 다 펴고 만져 본 그의 몸은 자작나무 같았다. 그의 살갗과 움직임에는 마음이 온전히 배어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솟아나왔다.
나는 당신을 만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서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었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당신을 내가 오랫동안 힘들게 했다는 아픔과 후회도 함께 만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당신의 이 모습을 잊지 않고 가져갈 수 있을까. 당신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숨결과 가슴의 움직임, 뒤척거림까지 가져갈 수 있을까, 밤새워 그것만을 생각했습니다.
손바닥에 묻혀 가면 안 될까. 입술 속에 담아 가면 안 될까. 죽으면 제일 오래 남는다는 머리카락 속에 담아 가면 안 될까. 뼛속 마디마디에 담아 가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당신의 머리카락에서부터 발끝까지 조심스레 천 번의 입술을 맞추었습니다. 내가 떠나더라도 당신의 온몸은 내 입술의 꽃으로 무성하길 바라며. 내 손가락이 닿았던 곳이 언제나 당신을 지켜주길 바라며. 평화롭기를 바라며.
승우의 뒤에 선 은행나무는 거대한 그림자 나무가 되어 양 귀와 가지 끝에 장신으로 반짝이는 별 귀고리와 머리핀을 벌써 꽂은 듯 영롱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삽시간에 어두워지고 삽시간에 푸르러지고 삽시간에 초롱초롱 빛이 나는 것들. 승우가 손을 잡아 주자 미주는 걸음을 멈추고 운동장과 흰 건물과 하늘에 뜬 황금 달과, 주먹처럼 소 눈망울처럼 굵어지기 시작하는 별무리를 올려다보고 다시 운동장과 교사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여긴 우리 둘만의 세계야. 고요와 외로움과 쓸쓸함이 깃들여 우리가 서로를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별 같은 세계. 내가 왜 여길 그토록 그리워했는지 이제는 확연히 알 수 있을 것 같아.”
푸르른 하늘에서 불현듯 거대한 은행나무 잎들을 흔드는 한줄기 바람이 휙, 하고 불어왔다. 승우의 앞머리칼을 바람이 흩뜨렸다. 그리고 그 바람 줄기 속에서 문득 국화 향기가 났다. 싸하고 달콤하며 연한 국화 향……, 국화 향이었다.
승우는 눈을 크게 끔벅였다. 도자기를 만들 때 미주가 했던 말……. 승우는 미주를 떠올리며 거대한 은행나무를 향해, 사방을 향해 코를 큼큼거렸다.
아…… 이건…… 이건……. 분명히 국화 향이었다. 또렷이. 바람결 끝이 완연한. 미주의 머릿결에서 나던 그 국화 향기 말이다.
느낄 수 있었다. 슬픔이 퍼뜨리는 사랑의 향기를.
수만 개의 작은 손바닥을 흔드는 것 같은 은행나무 가지를 올려다보며 승우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를 향해 떨리는 흰 손을 뻗으며 눈부신 미소를 머금었다.
미주야…… 너…… 너니? 너 거기 올라앉아 있는 거니?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수많은 은행잎으로 안녕…… 안녕이라고 지금 내게 말하고 ……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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