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비와 줄리
참새들
장애아의 어머니
공원의 즐거움
자궁병동
원칙
사회복지부
응급실
지하철을 변호하며
새카페
로맨스 1988
진실의 대가
장미밭에서
폭풍우
그여자
흙구덩이
늙은 여자 둘과 젊은 여자 하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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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작품!!
STORY, 인간관계의 어두운 측면을 통해 진실을 꿰뚫다!
<런던 스케치>에 수록된 작품들은 원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크게 STORY와 SKETCH로 나누어볼 수 있다. STORY들에는 현대인의 삶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 그러나 만만치 않은 무게를 지닌 문제들이 짤막한 단편 속에 강렬하게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임신한 채 가출한 소녀가 런던에서 남자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또래 여자애 집에서 살다가 더러운 창고에서 혼자 아이를 낳고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이 버렸던 아기를 다시 찾고 싶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데비와 줄리>, 서로 너무나 달라 삼 년 동안 보지 않고 지내던 엄마와 딸이 우연히 만나 화해하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좁히기 힘든 간극을 그린 <장미밭에서>, 자신과 전혀 다른 부류의 여자와 재혼한 전남편이 그 여자에게 애인이 생기자 다시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상황에서 겪게 되는 갈등, 그리고 자신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여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흙구덩이>, 재혼하기로 약속한 남자가 자식 문제로 전처와 계속 끈을 놓지 않는 상황에서 괴로워하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진실> 등의 작품은 인간관계의 어두운 측면을 보망하면서도 여성의 심리 변화의 섬세한 결을 긴장감 있는 호흡으로 탁월하게 포착해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특히 미국판의 표제이기도 한 <진실>은 이혼한 남녀 각각의 애인, 그리고 그 애인들의 전남편과 전처,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을 포괄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와 더불어 같은 상황에서 다른 양상으로 대응하며 갈등하는 남녀 관계를 통해 겉으로는 건강해보이지만 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관계들의 이면에 깔린 진실을 적나라하게 포착하고 있다.
SKETCH, 카페, 병원, 공원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작품의 또 다른 한 축이 되는 SKETCH들에는 주로 카페나 병원, 공원, 지하철 등 일상적인 공간을 중심으로 STORY들이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객관화된 시선으로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덟 개의 병상이 있는 병실에서 남편과 떨어져서 자야 한다는 이유로 밤늦게까지 훌쩍이는 중년 여자와 그녀를 둘러싼 일곱 명의 여자들을 그린 <자궁 병동>, 좁은 도로에서 마주 선 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움직이지 않는 두 대의 자동차와 그 ?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다른 자동차들을 그린 <원칙>, 많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런던의 지하철을 타고 가며 지하철 안의 충경을 옹호하는 <지하철을 변호하며>, 히스로 공항에서 결혼할 남자 친구와 함께 에이즈 검사를 받을 거라는 화제를 큰 소리로 얘기하는 동생과 무안해하는 언니,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재치 있는 한마디를 던지고 가는 남자를 그린 <로맨스 1988> 등 작가를 둘러싼 일상,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일상이 담백하게 스케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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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잠자고 있는 여자를 내려다보는 미스 쿡의 얼굴은 어쩌면 전보다 더한 연구 대상이었다. 그 여자는 자기 침대로 가서 꽃무늬 가운과 슬리퍼를 벗고 조심스럽게 누웠다.
여자들은 말없이 생각을 나누었다.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해야만 했다. 그 여자, 미스 쿡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녀가 말했다. '살면서 배우는 거지.'
곧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세계에 잠긴 채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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