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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문태준
도서출판마음의숲

목차

1부 즐거움 속에서도 고요를 찾고
유자와 한 알의 시
끝까지 가본다는 것
달은 홀로 가면서 끝까지 깨끗하네
저 저녁연기는
막버스와 정류장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7월의 자두 8월의 포도
괜찮아? 힘들지?
막 피어나려는 꽃송이처럼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물결치며 바람의 배가 지나가듯이
모든 사물에게 형제이고 자매여라
사랑의 탄생
아침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눠주네
바람과 물의 은혜를 받은 보트처럼
언제나 새로운 길
우리는 아름다움의 고용인
우주의 헌법은 사랑
새로운 습관과 100일
오직 한 생각
박목월 시인의 편지
돌마다 산, 새마다 하늘
애인의 눈에는 세상이 모두 애인
과일처럼 내 인생을 감미롭게

2부 어지러움 속에서 조화로움을 배우고
걱정이 없는 시간
땅과 같이 기도하라
탄생에는 신열과 통증이 따른다는 말
바다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어부처럼
고통의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가젤처럼
지나가는 그림자를 벗고 단순하게
걸명소
차의 여향을 노래하다
세한삼우
추사의 일로향실
소동파의 여산진면목
내 고향은 고슴도치가 출몰하는 곳
고독이 자라나는 시간
두 개의 고독
저녁의 시간을 맞으며

3부 깊어질수록 단순해지고
내 속의 거대한 거인을 깨워라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걸어가는 사람
자연으로 더 부드럽게 돌아가다
댓돌 위에 벗어놓은 두 짝의 흰 고무신
책은 이 마음을 지켜준다
놓친 인연
모든 사물들 속에는 노래가 잠들어 있네
김수남의 바다
빛나는 소리들
밤새 말들이 달아나도 시를 써요
시의 나라 이란
달까지 올라가는 긴 사다리
낙하와 잔향
장회 여울에 배를 띄워 놓고
국경 너머로의 여행
사랑은 사랑을 기다렸고 나는 외로워 울었지
노랗고 울퉁불퉁한 모과

4부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소의 배 속에서 살았다
마음은 산 같이 자라네
행복과 고통은 떨어져 있지 않다
어머니에게도 어머니가 있으셔서
산뜻한 동심
땅과 같은 벗
뒤집어 놓은 항아리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내가 재벌이라면
하나의 달콤한 음을 만들어내는 바이올린처럼
우리는 웃으며 이야기하자
당신은 나의 안쪽에 가득하네
위대한 자연과 작은 자연
씨앗이 자라는 속도를 넘으면 공포만이 자랄 뿐
이규보가 나눈 돌과의 문답
여름의 명물은 바람
마음이 죽은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
여름날과 별 가득한 수박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
여름날의 플라타너스처럼
여럿의 꽃들이 꽃다발을 이루듯이
계절이 바뀔 때
시를 낙엽 위에 쓰네
가을산과 둘레길
고원과 황락
조용하고 슬픈 자세

5부 채워질수록 마음을 비우고
자기를 본다는 것
흘러간 물은 돌아오지 않고, 꽃은 오래 피어 있기 어렵네
눈 속에 붉은 복사꽃이 펄펄 날린다
세 가지 계획
모래 만다라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가자
마음의 성(城)을 잘 지킨 이
자비와 차분함과 통찰력
고통의 바다와 사랑의 실천
일 없음이 오히려 할 일
객지로의 여행
보시의 이익
마음은 어떻게 쉬는가
감각의 정복
일터에서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라
수행자의 식단
성철 스님의 식사법
발밑에 있는 옛길을 모르고 헤매었네
금강산 마하연
그리운 설악당 무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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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2018년 목월문학상에 이어 2019년 정지용문학상을 수상한 한국 대표 서정시인 문태준. 그가 《느림보 마음》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산문집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를 출간했다.
10년이란 세월은 무언가가 새로이 변화하거나, 혹은 더욱 깊어지기 좋은 시간이다. 문태준 시인은 변하기보단 더 깊어지는 쪽을 택했다. 깊게 영근 시인의 시선과 언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이번 산문집에서는 그의 깊은 속내를 한층 풍부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조각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문태준의 글에는 ‘단도직입’이 없다. 이는 직선보다는 곡선을, 모나지 않은 둥근 마음으로 그 모든 것을 품고 살아가고자 하는 작가의 우직한 삶이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를 통해 문태준은 어제의 통증과 신열을 오늘의 새로운 탄생으로 받아들이는 일, 일상의 자질구레함 속에서 작지만 단단한 깨달음을 발견하는 일, 자신의 마음자리를 돌아보는 일, 자연과 생명, 혹은 존재와 존재 간의 관계 의미를 성찰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느릿하고 고집스러운 집념으로 세심히 보듬어 키워낸 그의 글들은 그 자체로 아늑하고 고요한 수행자의 처소와 같다. 번잡한 삶 한가운데 불어오는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문장들 속에 머물며 독자들은 어느새 자신의 마음 안쪽에 가득찬 밀도 높은 평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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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시는 열매 맺는 자리가 각각 다른 듯하다. 얼마 전 유자를 따는 부부를 보았는데, 서로 다른 높이에 서로 다른 빛깔과 굵기로 매달린 유자처럼 한 편 한 편의 시는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유자마다 단맛의 정도가 다르고, 껍질의 두께가 다르다.
다만 유자와도 같은 시가 있어 그 시들이 바구니에 담겨지더라도 개중에 한두 개의 시는 나무의 가지 제일 끝에 매달려 거둬들여지지 않고 남겨져도 좋겠다. 그러면 그 남겨진 시는 햇살과 바람의 일부가 되거나, 새의 일부가 되거나, 별과 허공의 일부가 되거나, 벌레의 일부가 되거나, 툭 떨어지거나, 그곳에 시가 매달려 있었다는 기억이 사라질 때에 함께 사라질 것이다.

- 1부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 <유자와 한 알의 시> 중에서

‘일관(一貫)’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 뜻이다. 처음과 끝을 꿰뚫어 하나로 꿴다는 뜻이다. 하나의 생각, 하나의 의지, 하나의 원리로 꿴다는 뜻이다. 이렇게 뜻을 새겨본다면 이 말은 수심(修心)의 차원에 있기도 하다. 일심(一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수행자들이 잠깐이라도 쉬거나 그만두는 일이 없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고 하는 일상의 움직임 속에서도 심지어 꿈속에서도 번뇌나 장애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일의 진행이 종결되도록 그 끝까지 가보는 일은 마음을 닦는 일이기도 하다. 흔들리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마음을 정려하게 잘 단속하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믿어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自信)하는 일이기도 하다.
- 1부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 <끝까지 가본다는 것>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인터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선생님은 눈 오는 날 마루에 걸터앉아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무는 눈이 오면 그냥 받아들여요. 눈이 쌓인 나무가 되는 거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새가 앉으면 새가 앉은 나무가 되는 거죠. 새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죠.”

- 1부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중에서

바깥 세상과 만날 때에 생겨나는 우리 내면의 속뜻을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속뜻을 읽으려면 내 생각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바깥 세상과의 만남과 접촉을 내가 일방적으로 종료하지 않고 그 끝을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 이러할 때 우리 내면은 그 스스로의 여린 떨림을 느끼게 되고 이내 감격하게 된다. 내 속의 거인이 깨어나는 순간이다.

- 3부 또 다른 내일이 온다 <내 속의 거인을 깨워라> 중에서

말쑥하고 반드러운 모과보다는 그 생김새가 울퉁불퉁한 모과를 더 선호한다. 면이 고르지 않고 들쑥날쑥한, 울퉁불퉁한 모과를 찬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모과는 여리고 부드러운 것의 매력을 알게 한다. 백색의 겨울에 이 그윽한 노란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은근하게 끌어당긴다.

- 3부 또 다른 내일이 온다 <노랗고 울퉁불퉁한 모과> 중에서

설령 마음을 주고받는 일로 인해 고통을 받더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과의 연락과 교환을 중단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랑을 함으로써 받게 될 고통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의 마음은 산처럼 커질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 4부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마음은 산같이 자라네> 중에서

나무의 성품은 고요하고 견고하고 동요가 없다. 육중한 바위처럼. 무너지지 않는 산처럼. 그런 마음으로 그런 자세로 평생을 산다. “조용하고 슬픈 자세”란 이것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세속과 세사는 소란하기 그지없지만 나무는 그것에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서 외롭다. 그러나 외로운 가운데서도 나무는 조용하다. 외로운 시간을 나무는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무의 미덕이다.

- 4부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 <조용하고 슬픈 자세> 중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어떤 것인가. 입과 코와 눈과 귀가 바깥에 나가서 구걸해 얻어오는 것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입과 코와 눈과 귀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가려 한다. 튀는 럭비공처럼. 물론 이 감각 기관들이 얻어오는 것들은 탐나는 것들이다. 달콤하고 자극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금물과 같다. 마실수록 갈증을 유발하는.
그러나 마음이 동요하지 않으면 높은 파도를 뚫고 큰 바다로 나아가는 기선(汽船)처럼 살아갈 수 있다.

- 5부 가만히 내 마음 옆에 서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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