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당시는 영국 산업혁명 시기로, 급성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다양한 소외와 갈등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형태와 너무나 유사하다. 그리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거르는 과정 없이 손쉽게 받아들인 서구철학 및 문물을 찰스 디킨스는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비판해,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두 도시 이야기’는 런던에서 역마차를 타고 파리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파리에서 역마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전 세계 독자는 성서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며 사랑했다. 찰스 디킨스의 천재성과 성숙미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몇 가지 독특한 기법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두 인물, 두 사건, 두 도시를 대비해서 묘사해, 각각의 특징을 살려내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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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찰스 디킨스 개요
셰익스피어가 희극 작품으로 영어의 틀을 잡았다면 찰스 디킨스는 섬세한 구성과 화려한 풍자로 영어의 특징을 마음껏 펼쳐나간 작가로 유명하다. 불과 몇 년 전에 탄생 이백 주년을 기념하며 영국에서만 100여 개에 달하는 디킨스 관련 행사를 열고,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영어권 3억5000만 명과 비영어권 20억 명이 디킨스 문학 축제를 즐길 정도였다.
세계적인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는 “디킨스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내 친구”라면서 디킨스를 19세기 최고의 문호라 평하고 디킨스 초상화를 서재에 걸어 놓을 정도로 존경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오랫동안 흠모하던 작가 찰스 디킨스를 1862년에 만났다”며 자랑하고, 카를 마르크스는 “디킨스는 세상에서 핍박받는 민중을 위해 세계의 모든 정치인과 사회운동가 이상으로 많은 일을 했다”고 극찬한다.
영어권을 비롯해 세계 문학사에서 이렇게 유명한 찰스 디킨스는 정규교육이라곤 초등학교를 2년 다닌 게 전부로, 필요한 내용은 독학으로 모두 깨우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 흥미로운 건 산업혁명 당시 영국 사회와 풍경을 정밀하게 묘사해, 풍속학자들이 찰스 디킨스 작품을 통해 당시 풍속을 연구한다는 사실, 그리고 영국과 미국 각 대학에서는 작품별로 해설집을 도서관에 비치할 정도로 중요한 작품으로 다룬다는 사실이다.
찰스 디킨스 당시는 영국 산업혁명 시기로, 급성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다양한 소외와 갈등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형태와 너무나 유사하다. 그리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거르는 과정 없이 손쉽게 받아들인 서구철학 및 문물을 찰스 디킨스는 작품 속에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비판해,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2. 두 도시 이야기 작품해설
‘두 도시 이야기’는 런던에서 역마차를 타고 파리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파리에서 역마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그 사이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전 세계 독자는 성서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며 사랑했다. 찰스 디킨스의 천재성과 성숙미는 ‘두 도시 이야기’에서 몇 가지 독특한 기법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는 두 인물, 두 사건, 두 도시를 대비해서 묘사해, 각각의 특징을 살려내는 기법이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승승장구한다. 문제는 많지만 그래도 발전한다는 느낌이 또렷하다. 개혁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는 낡은 사회를 대변하는 분위기다. 귀족은 여전히 사치를 누리고 농노는 굶는다. 혁명이 아니고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
이런 분위기는 인물에도 잘 나타난다. 프랑스 에버몽드 후작을 통해 과거지향적인 인물을 그리며, 이런 가문에서 탈출해 스스로 일하면서 살아가는 찰스 다네이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인물을 묘사한다. 그래서 찰스 다네이는 삼촌 에버몽드 후작에게 말한다.
“삼촌은 저를 정말 무서운 상황으로, 책임은 있어도 힘은 하나도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었지요.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유언하신 말씀을 그대로 따르려고 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눈빛에 따르려고 했지만, 그리고 자비를 베풀어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힘과 자원을 모색하느라 고생만 했을 뿐 제대로 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식의 인물대비는 곳곳에 나타난다. 마담 드파르지는 불행한 시대를 온몸으로 겪으며 적극적이고 폭력적인 성격으로 사회를 바꾸려 몸부림치고, 마네뜨 아가씨는 차분한 성격으로 가정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가꾸려 노력한다.
마네뜨 아가씨를 사랑하는 남성들은 또 어떤가? 마네뜨 아가씨와 결혼하는 찰스 다네이는 차분하고 성실한 성격이고, 시드니 칼톤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모든 기회를 놓치고 자기비하에 빠져들지만 결국에는 목숨으로 사랑을 증명한다. 하지만 스트라이버 변호사는 자신이 청혼하는 건 상대에게 은혜를 베푸는 셈이라는 과대망상에 빠지나, 상대가 거절할 게 분명하자, 그런 사실 자체가 없다고, 상대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며 유혹했으나 자신이 굳건히 물리쳤다며 사방에 떠벌리고 다닌다.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톤은 참된 삶을 끊임없이 갈망하며 고민하는 인간 유형이나, 스트라이버 변호사는 진실보다 물질적인 성공을 목표로 살아가는 인간 유형을 대변한다.
이런 식의 인물대비는 런던과 파리를 묘사하면서 확대된다. 영국에서도 반역자 재판을 하고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도 반역죄 재판을 하는데, 영국 군중에게 반역자 처형은 대단한 재밋거리에 불과하다. ‘아무리 멋있는 말로 포장한다 해도 구경꾼이 보이는 관심 밑바닥에 자리한 건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라며 개인주의 시각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반면에 프랑스는 극히 강한 공동체성을 드러낸다. 드파르지는 “조국과 인민을 위해 싸우기로 맹세한 종”으로 자신을 규정하고, 혁명재판소 재판장은 “선량한 시민에게 공화국보다 소중한 존재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압축 및 응축 기법이다. ‘자크’라는 호칭으로 파리 북쪽 보베에서 일어난 농민반란을 암시하고, 영국은 찰스 다네이를 간첩으로 체포하며 유럽의 칠 년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을 암시하고, ‘다미앵’을 처참하게 죽였다는 말로 루이 15세 암살 시도를 암시한다. 에버몽드 후작이 젊은 여인을 성폭행하고 일가족을 몰살하면서 귀족의 초야권과 당시의 잔인한 사회상을, 찰스 다네이가 재산상속을 거부하는 행위와 스트라이버 변호사의 반발로 인민 주권론과 계몽주의 및 공화주의에 대한 양대 세력의 입장을, 마네뜨 박사 석방으로 루이 16세 즉위와 일시적인 개혁파 집권을, 인민궁전이란 표현으로 튈르리 궁전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을, 회전 숫돌로 파리에서 일어난 ‘9월 학살’을, 마담 롤랑 처형으로 온건파와 강경파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남부지방에 시신이 가득하다”는 말로 ‘리옹 대학살’을 압축해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인물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으로 프랑스 혁명을 다양하게 조명한다.
세 번째는 상징 기법이다. 영국에서 반역죄 재판을 받고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도 찰스 다네이, 프랑스에서 반역죄 재판을 받고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사람도 찰스 다네이며, 바스티유에 억울하게 갇혀서 십팔 년을 보내고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독특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마네뜨 박사는 장인인데, 둘 다 프랑스 출신으로 조국을 등지고 런던에서 살아간다는 상징을 통해 두 나라의 다양한 차이를, 그리고 인간과 국가의 관계를 제시한다.
네 번째는 비밀 기법이다. 작가는 모든 인간에게 비밀이 있다고 선포한다. 주택마다, 방마다, 심장이 뛰는 사람은 누구나 비밀을 지닌다. 소중하게 읽던 책이 중간에 닫혀 더는 읽을 수 없듯, 밝은 빛이 비칠 때 바라보던 소중한 모습을 더는 볼 수 없듯 비밀이 깔린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단단한 얼음에 갇히듯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비밀은 죽음만큼 끔찍한 사태를 불러온다.
하지만 누구보다 독특한 인물은 시드니 칼톤이다. 어린 시절에 천재로 승승장구하지만, 현실사회에서 패배한다. 하지만 예언자적 기질을 끊임없이 발휘하며, 혁명을 예고한다. 그리고 절대적인 사랑을 실천한다. 시드니 칼톤을 통해서 작가 자신이 말하는 것이다. 작가 자신이 실제로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노숙자처럼 밤새 떠돌아다니던 경험을 시드니 칼톤에게 그대로 투사한 사실도 흥미롭다.
3. 편집자의 말
번역은 원문에 담긴 내용과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글로 옮기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광복 35년이 지난 다음에 비로소 우리는 ‘일본어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했습니다. 35년이 또 지났습니다. 이제는 ‘우리말 살리는 번역운동’을 할 때가 왔습니다.
‘도서출판 비꽃’은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 어법에 합당한 번역을 추구하며, ‘찰스 디킨스 선집’을 필두로 고전문학을 새롭게 담아내,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면서 공동체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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