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우리 등 뒤의 슬픔
그땐 미처 몰랐던 것들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그렇더라도 우리가 아직 괜찮은 이유
매일을 견디는 당신에게
비는 언젠가 반드시 그친다
너는 왜 사는 게 맨날 힘들어?
위기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견디게 하는 것들
견디는 일을 멈춰야 하는 순간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일에 대하여
2장 시간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슬퍼도 언젠가 미소 짓게 될 거야
아직 동백꽃을 만나지 못한 당신에게
참지 않는 훈련을 하는 시간
부푼 기대가 일상을 어지럽힐 때
내내 행복하다는 거짓말
비빌 언덕에 관한 로망
오래 살수록 인생은 아름다워진다
3장 우리의 어둠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이유
배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살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우리에겐 때로 ‘자뻑’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진짜 이유
아니면 말고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못다 한 마음을 전할 때 우리가 하는 말
슬픔의 동지
우리가 지키는 존재가 다시 우리를 지킨다
4장 너의 긴 밤이 끝나는 날
길 위에 혼자 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있네요
고통을 견디는 최선의 방법
나를 위한 가장 슬기로운 질문
하루의 고단함이 사라지는 마법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우리는 모두 상처로 연결되어 있다
관계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일
뜻밖의 위로
5장 계속 살아도 된다는 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오늘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에게 최선을 다해 가고 있어요
열심히 사는 나를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
인생이란 사랑하는 사람이랑 재미있게 노는 것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
수고했다 충분하다 넌 살아냈다
가끔 사는 게 괴로우면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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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 차오르는
어느 밤을 견디는 당신에게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잘 살아내기 위하여
그 여행은 정말이지,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그리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거라고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확신했었다.
10년 전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작가는 동유럽으로 여행을 갔다. 한여름을 피해 여행 일정을 잡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유럽의 더위는 최악이었다. 폭염이 여행 내내 이어졌다. 냉장고에 있던 생수와 맥주캔을 꺼내 품에 안고 잠을 청했다.
처음부터 징조가 좋지 않았다. 비행기가 연착됐고, 환전 사기를 당해 10만 원을 날렸다. 레스토랑에선 분명 피자를 한 판 시켰는데 두 판이 나오는 황당한 일도 겪었다. 심지어 그 맛까지 너무 형편없었다.
일정을 반 정도 소화했을 때, 너무나 간절히 집에 가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더위도, 덩치 큰 유럽인들도 전부 싫었다. 귀국 비행기에 올랐을 때는 안도감마저 느꼈다.
그 후로 동유럽 여행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최악의 경험을 굳이 떠올려 기억하고 싶지 않았고, 아주 오랫동안 그 시간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한 번씩 그때 생각이 난다. 당시에는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어떤 풍경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작가는 궁금해졌다. 지금 와 생각하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왜 그렇게 진저리쳤던 것일까 하고.
처음에는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해외여행을 간 지가 하도 오래되다 보니, 이제는 최악의 여행마저 근사하게 생각나는 거라고.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당시에는 기분과 상황에 휩쓸려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것들을 뒤늦게 알아가고 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아름다움은 그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일까.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떠나고 난 뒤에야 가치와 의미를 깨닫는 일은 여행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내내 반복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청춘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때 시리게 아팠던 청춘이 인생의 봄이었음을 깨닫는 것처럼, 지긋하게 싸웠던 어떤 관계도 이별 후에는 어쩐지 그리워지는 것처럼.
작가는 말한다. 그러니 믿어보라고. 초라하고 남루하게 느껴지는 어느 하루도, 한숨만 터져 나오던 어느 밤도 훗날에는 어떤 아름다움과 의미를 내게 선물할지 모른다고. 힘겨운 시간을 견디는 게 버거울 때면 지금 여기가 아닌 먼 곳을 내다보라고.
지금도 어딘가에서 각각의 이유와 사연을 가지고 힘겨운 시간을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믿게 될 것이다.
“내일은 정말 좋은 일이 당신을 기다려주기를
기쁨을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잘 견뎌온 당신에게 전하는 작가의 편지
요즘 당신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요?
요즘 저는
그렇게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그렇듯 찾아온 인생의 의문과 숙제들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인생에 정답이 없는 줄을 알면서도
기필코 답을 찾아 이 시간을 이겨내리라,
이런 다짐 속에서 헤매는 와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언제나 답은 찾아오지 않고
고통을 견딜 만큼 견디고 나야 삶이 이어지는구나, 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입니다.
그 안에서 깨지고 부서지지 않기 위하여
나를 단단히 지켜내기 위하여
어떻게든 삶을 이해하고 견뎌내기 위하여
고통 속에 몸부림칠 때마다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잠 못 이루지 못한 채 하얀 밤을 맞고 있을 누군가를.
고통과 슬픔과 불안의 동지들을.
그들에게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당신이 옆에 있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은 어떤 마음들과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당신의 옆에서
티슈를 건네주며 같이 울고 싶은 마음과
들썩이는 어깨를 가만히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과
무릎 아래로 힘없이 툭 떨어져 있는 손을 가만히 잡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말하고 싶었습니다.
나도 그랬다고, 나도 당신과 다르지 않았다고,
그러니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고.
당신의 슬픔과 고통과 불안과 상실과 좌절과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많은 마음을 품기에 저란 사람은 너무도 작고 약해빠진 사람이지만,
이런 사람도 어떻게든 견디며 살고 있으니
당신은 더 잘 견딜 수 있을 거라고,
잘 견뎌왔으니
내일은 더 좋은 날이 꼭 찾아올 거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 또한 아직도 삶의 진창 속에서 헤매고 있지만, 믿고 있는 진실을.
힘겨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평화와 행복이 찾아올 거예요.
약속해요.
_박애희 작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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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다시 장마가 찾아오는 날, 이 진실들을 복기하며 전보다 조금 더 그 시간을 잘 견뎌내보고 싶다. _‘비는 언젠가 반드시 그친다’ 중에서
말하지 않아도 나의 아픔을 누군가 헤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삶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손을 내밀지 않는 사람에게 누군가 손을 내미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다른 이들 또한 저마다의 삶을 견뎌내느라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면 누군가는 잡아준다. 나를 아끼는 어떤 이가, 마음 따뜻한 누군가가, 그와 비슷한 상황을 건너온 사람이 내 손을 잡고 말해준다. 그렇게 힘든데 왜 혼자 견디고 있느냐고.
어떤 사려 깊은 이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약하다고, 때때로 힘들고 아픈 건 당연한 거라고,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거라고, 손을 내미는 건 당연한 거라고, 어서 와 손잡고 같이 걷자고. _‘살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중에서
내내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지나간 모든 시간이 핑크빛으로 채워진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그 안에서 복잡다단한 시간을 보내며 슬픔과 분노와 실망과 절망과 외로움과 서러움과 기쁨과 감동을 번갈아가며 느낀다. 우리는 절망과 슬픔으로 채워진 어떤 시간 때문에 인생 전체를 불행하다고 판단하기보다, 힘겨웠던 시간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며 행복한 인생이라고 말한다. _‘내내 행복하다는 거짓말’ 중에서
끝없이 실망하면서도 인생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일은 때로 대단히 어렵게 느껴진다. 고요한 정적 대신 요동치는 마음을 선택해야 하고, 숱한 배신에 무릎을 꿇지 않아야 하고, 반복되는 좌절에도 인생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니까. 그래서 기대를 품는 일은 견디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렇더라도 나는 체념하는 비관론자가 되느니 인내하는 낙관론자가 되고 싶다. _‘아니면 말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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