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만드는 지식 시선집. 안겔루스 질레지우스의 <방랑하는 천사>는 유럽 기독교 신비주의를 집대성한 바로크 시가다. 형식과 이론에서 벗어나 세상에 대한 초연함과 신에 대한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신비주의 신학은 하이데거, 릴케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신과 인간에 대한 이 '촌철 격언시'들은 시대와 종교를 초월해 크나큰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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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사 3
1부 5
2부 109
3부 201
4부 297
5부 381
6부 509
해설 609
지은이에 대해 637
작품 연보 643
옮긴이에 대해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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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겔루스 질레지우스는 안드레아스 그리피우스와 더불어 독일 바로크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중세의 신앙과 17세기 말의 새로운 신앙 운동인 경건주의(Pietismus)를 잇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으며, 후에 낭만주의에도 영향을 주었다.
고대에서 중세에 이르는 기독교 신비주의의 심오한 내면 경험을 조명해 주는 ≪방랑하는 천사(Der Cherubinische Wandersmann)≫(1657)는 알렉산더격(ᐨ格, Alexandriner) 시행(詩行)을 사용한, 총 1675편의 경구(警句, Epigramm) 모음집이다.
의사이자 논쟁적인 신학자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시인의 업적으로 기억되는 안겔루스 질레지우스는 신비주의 계보 내의 다양한 영적 유산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형상화했다. ≪방랑하는 천사≫는 성서와 성서가 쓰이기 이전의 영적 유산들, 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티누스, 베르나르 드 클레르보, 메히트힐트 폰 마그데부르크, 산 후안 데 라 크루스(십자가의 성 요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아브라함 폰 프랑켄베르크, 야코프 뵈메, 요한네스 타울러 등 신비주의자들의 기록에서 발견한 생기 있는 ‘진실들’을 짧고 선명한 시구절로 집대성한 작품이다.
철학자와 작가들, 예로 셸링, 하이데거, 릴케, 보르헤스 등도 그에게서 영감을 받았으며, 다른 한편으로 ‘서양 신비주의와 동양의 불교’라는 맥락에서 선(禪)불교와 통하는 면모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 왔으니, 그에게로 통하는 길은 여럿이라 하겠다. 그 길들은 모두 ‘신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놀라운 경험과 이를 비상한 역설로 반복해서 말하고 또 말하는 빛나는 사유의 정수(精髓)를 향한 것이다.
≪방랑하는 천사≫라는 제목은 ‘방랑하고 편력하는 케루빔 천사와도 같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케루빔은 일반적으로 천사와 동일한 의미이지만, 가톨릭 신학에서는 천사의 반열에서 세라핌과 더불어 가장 높게 여기는 상급 천사의 하나다. 세라핌은 온전한 사랑을, 케루빔은 최고의 인식을 대변한다. 그래서 ‘방랑하는 천사’는 케루빔처럼 특별한 인식의 힘으로 신을 찾아가는 존재라는 함의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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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 그대 안에 있다
멈추라, 어디로 달려가는가, 천국이 그대 안에 있다!
어느 다른 곳에서 찾는다면, 그대는 신을 영영 놓치고 말리.
그리스도가 천 번이나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셔도
그대에게서 나지 못한다면,
그대는 영원히 길을 잃은 것이라네.
베풀라, 그대가 바라는 대로
사람아, 신께는 온 천국을 바라면서
누군가 빵 한 조각을 달라고 하면
그대의 낯빛 창백해지는구나.
결말
친구여, 이제 충분하다네.
그대가 더 읽고 싶거든
그대 스스로 문자가 되고
그대 스스로 본질이 되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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