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出 ‘대한민국 스토리DNA’ 새롭게 단장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수백만 독자의 감명을 이끌어낸 기존의 스토리를 그대로 살려 새움출판사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한민국 스토리 DNA’ 선집으로 단장하였다.
[황태자비 납치사건]은 100년이 넘게 허위와 거짓으로 뒤덮여온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파헤친 작품이다.
어느 날 가부키 공연을 관람하고 있던 일본의 황태자비가 납치된다. 국가의 상징인 황태자비의 납치에 열도는 경악하고 최고의 민완형사 다나카는 납치범 가운데 한 명이 한국 유학생임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납치범의 요구사항은 뜻밖에도 1895년 명성황후 시해와 관련하여 한성공사관에서 발송한 문서 한 장. 그러나 일본정부는 황태자비의 목숨이 달려 있음에도 문서의 존재조차도 완강히 부인하는데.......
이 소설은 2001년 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우리 근대사의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으며, 이후에도 변함없는 관심과 지지 속에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꾸준히 독자들의 선택을 받는 이유는, 김진명 작가가 줄곧 견지해온 ‘팩트 찾아내기’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더보기
한 나라의 국모가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게 살해당했음에도 오랫동안 그 진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는 특유의 집념과 노력으로 끝까지 추적하여 극소수의 일본인 연구자만 알고 있던 ‘이시즈카 에조 보고서’의 실체를 밝혀냈다. 그 문서에는 당시 현장을 지켜본 일본인들조차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광경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에 독자들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단순히 과거사로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오늘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출판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작가 역시, 자신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주저하지 않고 ‘대한민국 스토리DNA’로 추천하였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작가로서 오래 글을 써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작품에 비해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 작품에 대한 세상의 평판이 어떻고 독자들의 선호가 어떻고 하는 객관적 시각과 달리 작품을 생산한 사람만의 각별한 감회가 있는데 내게는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바로 그렇다. ......나는 팩트를 좇아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물 쓰듯 했지만 그중에서도 팩트 찾아내기의 절정을 이룬 작품이 바로 [황태자비 납치사건]이다."
작가의 애착만큼이나 이 소설의 리얼리티가 주는 힘은 강렬하여 올해 2월 [新 황태자비 납치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출간되었으며, 영화로도 준비 중이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지 120년!
다시 을미년이 돌아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일본의 우경화 속에 과거사의 벽을 좀처럼 허물지 못하고 있다. 모쪼록 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시간과 공간과 장르를 뛰어넘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대한민국 스토리DNA’로 자유롭게 유영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길 기대해본다.
한편, 새움출판사는 문학전문 출판사를 표방하고 이야기성에 주목하여, 문단의 평가 못지않게 독자들의 선택과 지지를 중시하여 우리 문학사를 재정립코자 ‘대한민국 스토리DNA’ 선집을 발간하고 있다.
모든 역사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단종애사]를 필두로 노동소설, 계급소설의 원류인 [인간문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돈황제]를 비롯하여 [만다라], [평양 기생 강명화전] 등이 이미 출간되었다.
더보기
다나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나카의 특기인 범행 수법만으로 범인을 알아내는 범인상분석에 의하면, 이것은 돈을 노린 범행이 아니었다. 돈을 노리는 납치는 은밀히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리고 부유한 사람들을 골라 납치하는 경우에는 신속히 돈을 요구하는 것이 전형이다.
“이것은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계획된 범행이야. 게다가 상대는 일본에서 가장 납치하기 어려운 로열패밀리라구. 결코 돈을 노린 범행은 아니지.”
“명성황후라고 있잖나, 우리가 흔히 민비라고 부르는.”
“있지.”
“그 명성황후를 정말 우리 일본이 죽였나?”
“그렇다네.”
“그 사실이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겠지?”
“그렇지.”
“그 기록을 어디에서 볼 수 있나?”
“역사적 사실이 궁금하다면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네.”
“아니, 그게 아냐.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생생한 실제의 기록이네.”
“그렇다면 역사란 뭔가? 현대사는 어떻게 기술되는 건가?”
“역사 기술은 힘이야. 힘 있는 자의 목소리가 기록되는 거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숨죽였던 목소리들이 조금씩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역사는 해석의 문제가 되지. 해석도 역시 그 시점에서 힘 있는 자의 목소리에 의해 좌우되지. 결국 역사란 힘이야. 학자들이란 그 힘에 기생하는 존재들일세.”
“아직도 미국에는 전범수사국이 있어. 대부분 독일 전범들이 잡히지만 간혹 우리 일본 전범들도 잡혀. 우리가 훨씬 덜 잡히는 것은 독일이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반면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철저히 정보 유출을 막기 때문이지. 전범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각종 문서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철저히 열람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중요 문서의 열람신청서를 보자고 하면 대뜸 의심부터 할 거야.”
“정신대 문제가 어려웠지요. 아직 살아 있는 본인들이 너무 많아서.”
대표 중 한 사람이 어려움을 토로하자 사이토는 갑자기 얼굴 표정을 확 바꾸었다.
“미친년들, 그중에 돈 안 받은 년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요. 그년들이 돈 받고 맛있는 거 얻어먹던 얘기는 다 잊어버리고 전쟁에 지던 무렵 고생한 얘기들만 늘어놓으니 그런 거 아니오? 그때 고생 안 한 사람이 누가 있어요? 예나 지금이나 전쟁 중에 그런 일은 당연지사 아니오? 지금 와서 남편들 다 죽고 나니까 그때 어쨌니저쨌니 하는 거 아니오?”
“요즘 자꾸 민비 생각이 나요. 죽으면서까지 왕세자를 걱정했다는 얘기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그 아픔과 괴로움이 어느새 내 마음 깊이 스며들었어요.”
“명성황후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면 아마 그 충격으로부터 평생 벗어나지 못할 거요.”
더보기